그 기업은 현대차가 양재동 사옥으로 이전하기 직전까지 현대 계동 사옥을 같이 사용해 왔던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한때 극렬한 노사분규로 한국 노동운동의 풍향계가 된 적도 있지만 지난해 ‘12년 연속 무쟁의’ 기록을 세우며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의 공고함은 굳이 열거할 필요 없이 지난 2005년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인근지역 노조 분규가 극심한 가운데에서도 ‘조합원 복지와 권익 향상, 회사 경쟁력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발씩 양보하는 등 상생의 노사관계에 대한 큰 획을 그었다.
노사가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현대중공업의 복지정책과 고용안정 등 중장기적 인식 아래 노사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고 있을 때에도 현대중공업은 고용 안정을 경영의 제1목표로 창사 이래 단 한명의 인위적 해고를 않는 등 회사가 고용안정 약속을 지키자 조합원들은 이에 무분규로 화답했다.
또한 매년 노사간 갈등·해결과정이 되풀이 것을 서로 인식 다소 어렵더라도 땜질처방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에 근거하여 협상에 임하는 일관된 노사정책이 12년 무분규에 주요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반기에 벌써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향후 3∼4년 후의 일감을 선별하는데 있어 부가가치가 높고 채산성 있는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여유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노사안정이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근로 현장에서의 안정된 노사의 신뢰감이 그 기업의 이미지로 이어지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례를 현대중공업 노사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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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현중가족 한마당 큰잔치’에서 민계식 부회장, 김성호 노조위원장, 최길선 사장, 권오인 노조수석부위원장(오른쪽부터)이 무분규 12년을 자축하는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