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황금돼지의 해'라고 했던가.
올해 코스닥시장에 의욕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신규상장기업들이 거듭되는 주가 부진 속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초부터 코스닥시장이 조정을 받다보니,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규상장기업 주식부터 털고 보자는 투자심리가 팽배하기 때문이라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특히 상장 직후부터 즉시 처분 가능한 물량이 많은 곳은 주가가 조금만 오른다 싶으면 바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또 공모가의 90%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풋백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사정권에 들어온 기업도 있어, 상장주선을 맡은 증권사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17일 상장한 오스코텍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상장 첫날 공모가(9000원)보다 66% 높은 1만4950원에 거래를 마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이후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하면서 주가는 1만850원으로 주저앉았다.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자 공모주를 받은 기관·일반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의 공모가 후려치기'라는 관행도 오스코텍의 주가 급락에 한 몫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스코텍은 상장 전 주당 공모가를 1만4000원으로 확정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저조로 이미 확정된 공모가를 9000원으로 다시 낮추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결국 9000원에 공모주식을 받은 기관 및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이 더없이 좋은 차익실현 기회가 된 셈이다.
오스코텍과 같은날 상장한 켐트로닉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장 첫날 보기좋게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켐트로닉스의 현 주가(8450원)는 공모가(9500원)의 89%에 불과해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한 영역에 진입했다.
풋백옵션이란, 신규상장 한달 이내에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면 공모에 참여했던 일반투자자들이 상장주간사에 공모가의 90%로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일반투자자들의 풋백옵션 행사가 많아지면, 상장주간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출하고 해당 주식을 떠앉아야 한다.
지난 3일 상장한 동아엘텍도 같은 경우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대부분 파란불(하락)이 켜졌다. 이 때문에 현 주가(4870원)가 공모가(6000원)의 90%에 못미치면서 역시 풋백옵션 행사가 가능해졌다.
지난 10일 상장한 젯텍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상장 직후 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현재 주가(7300원)는 공모가(7000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풋백옵션 사정권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상장했던 유니테스트, 디앤티 등 일부 기업들이 주가 부진으로 풋백옵션이 행사됐다.
증권업계는 코스닥 신규상장기업들의 이같은 주가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정해년 상장 동기생’들의 시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신규상장 주간사를 맡았던 모 증권사 IB팀 관계자는 "신규상장기업의 경우, 회사의 고유가치보다 시장 분위기와 상장 초기에 나올 수 있는 물량 규모가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 당분간 물량 부담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