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코노미스트지(1월 4일자)와 로이터통신(1월 19일자) 등이 아시아시장에 넘쳐나는 과잉유동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아시아중앙은행이 치르고 있는 유동성과의 전쟁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 연말 세계를 놀라게 한 태국의 강력한 외국인투자규제조치,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지준율 인상 조치, 한국의 해외투자 장려정책 등은 모두 유동성 과잉에 대처하는 아시아 당국들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국제유동성은 연평균 18%씩 증가해 사상 최고수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저금리 유지정책으로 엔캐리트레이드가 크게 증가한 점도 국제유동성의 과잉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아시아의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경상수지흑자의 누적과 중국 및 인도 등으로의 투자자금 유입으로 자금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대외경쟁력 유지를 위한 환율방어를 위해 국제수지흑자로 쌓인 달러를 사들이면서 아시아 각국에는 국내통화의 과잉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금리인상정책을 실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따라서 금리인상을 하지 않고도 넘쳐나는 과잉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짜내야 한다는 점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고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인도는 상업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더 많은 돈을 맡기도록 했다. 또 한국과 중국은 내국인들의 해외투자를 장려하여 자금유출을 유도하고 있는 반면 태국은 아예 해외자금의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강경책을 채택했다. 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한 정책을 펴게 된 것은 그만큼 유동성 억제가 급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 인민은행은 고정자산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7개월간 4번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중국정부의 씽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1990년대에 일본경제를 마비시켰던 것과 같은 실물자산 버블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 부문을 억제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싱가포르의 ING이코노미스트인 팀 고든은 중국이 지준율을 다시 인상해야 할 것이며 매 분기 50 베이시스 포인트씩 지준율을 인상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11월에 단기예금에 대한 지준율을 인상했다. 인도 지준은행도 금리인상정책의 실패에 좌절해 12월부터는 은행지준율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유가가 7월 배럴당 78.4달러의 사상최고치에서 30% 하락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상승이 둔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주도국 입장에서 보면 유가하락은 무역수지흑자를 확대시켜 과잉유동성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일부에선 유가급락으로 오일달러의 규모가 축소되어 아시아의 과잉유동성이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국제경제 불균형을 해소시킬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가운데 올해 아시아의 국제수지 흑자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애널리스트 들이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고수준인 1775 억 달러(전년비 74% 증가)로 급증한 중국의 무역수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국과 태국 등의 무역수지도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국의 산업자원부는 올해 무역수지가 지난해와 비슷한 1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1월 중 15억 달러에 달한 태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년 내 최고수준이다.
아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중국과 인도의 보유고가 30% 증가한 데 힘입어 2006년 중 4480억 달러가 증가해 3조 1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은 국내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국제수지흑자 규모가 급증하고 대규모 채권발행으로 시장금리가 치솟음에 따라 공개시장조작정책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가운데 과잉유동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추가적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과잉유동성 문제가 어떤 이유로든 완화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