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 소모임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독립성이 부족하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국내 기업 감사위원회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홀에서 열린 ‘제1회 감사위원회 연구소(ACI) 세미나’에서 신 전 위원장은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감사위원회의 위상 강화’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삼정KPMG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신 전 위원장을 비롯해 국내 감사위원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신 전 위원장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문제는 과거 IMF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며 “감사위원회가 올바로 운영돼야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바로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원장 재임 당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 마련 및 지배구조 보고서 작성 등을 제시하고 5% 이상 대량 지분에 대한 공시, 임원 보수공시를 강화한 것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바른 지배구조 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사위원회의 입지와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감사위원회는 사내 이사회 소위원회 형태인 경우가 많아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회사의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의해 감사위원이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상장회사 감사위원회에서 안결 부결비중이 0.2%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금융지주회사처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일반 기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가 이사회 내부 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감사위원회의 전문성이 반드시 인적 구성으로만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특정 직군에 편중된 감사위원회는 복잡한 기업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며 “위원들의 전문성을 다양한 직군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감사보조기구를 미국과 EU처럼 활성화 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신 전 위원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Dennis T. Whalen 삼정 KPMG 글로벌 ACI 헤드는 글로벌 감사위원회의 위상과 효과적인 운영 사례를 제시했다. 권수영 회계학회장은 회계 투명성과 감사위원회 역할에 대해, 김유경 삼정 KPMG ACI 리더는 감사위원회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제도 및 운영상의 과제와 해법에 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