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자본’과 ‘금융-산업 자본 분리’

입력 2007-01-23 16:31 수정 2007-01-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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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중 ‘토종은행’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장산곶매’처럼 외국자본과 싸워 이겨야 한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17일 우리은행 기자신년만찬회)

“외환은행 매수 주체에 국내자본이 포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며 특히 농협 같은 소위 ‘토종자본’이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18일 ‘론스타이후, 외환은행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

지난 주 기자는 전혀 다른 두 곳의 장소에서 ‘토종자본(은행)’이라는 말을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대부분의 지분은 외국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10~20%가 아닌 국내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의 외국인 지분이 80%대에 이르고 있다.

황 회장의 말대로 국내 토종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유일하며, 이외에 기업은행과 농협 정도가 ‘토종은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논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과연 국민, 하나, 신한은행을 과연 외국자본에 지배를 받는 ‘非토종은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은행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83%를 넘고 있지만,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은 없다. 절대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국민은행 이사회에는 외국인 사외이사도 없다. 외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非토종은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 은행의 외국계 지분이 높은 것일까.

박광우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상장은행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외 뮤추얼펀드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금융주가 필요한데, 상장된 은행 수가 절대적으로 적으니 은행에 대한 외국의 지분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토종은행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지분의 70% 이상을 정부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으로 지분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갖고 있으며, 농협 역시 정부의 특수은행으로 상장도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멕시코의 예처럼 이왕이면 외국자본이 대거 들어간 은행보다는 국내자본이 들어간 은행이 있어야 금융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자본이 은행에 들어갈 여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토종자본’론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론스타가 국내 돈 아니라고 하면 산업자본밖에 돈 있는 곳이 없다”며 “국내 돈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인지 산업인지 구분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문제에 대한 재검토작업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연 의원은 18일 공청회에서 “우리가 금산분리원칙을 국내 자본에게만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 것은 아닌가”라며 “금산분리원칙이 국내기업에 대해서 역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만큼 금산부리원칙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 외에도 여러 의원들이 금융-산업 자본 분리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종은행을 외치고 있는 우리은행도 향후에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 외국인의 지분율이 타 은행만큼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환은행도 현 상황에서는 국내은행보다는 외국계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토종자본이 들어간 토종은행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해외 사모펀드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PEF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침도 나왔지만, 이 또한 제도적인 문제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 은행의 ‘토종자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23일 경제-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한 말처럼 “산업과 금융의 분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 여러분들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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