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재벌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식에 투자하는 일부 '그룹주 펀드'가 올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주 펀드가 한전 부지 고가 매입 여파에 시달린 데 이어 올해는 삼성그룹주 펀드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자금 이탈과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다.
19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7일 기준 올해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323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현대그룹주 펀드와 현대차그룹주 펀드에서도 각각 142억원, 73억원이 순유출했고 SK그룹주 펀드와 LG그룹주 펀드에선 각각 38억원과 23억원이 이탈했다.
그룹주 펀드는 3조5000억원 수준인 삼성그룹주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규모에 불과하다.
설정액을 보면 현대그룹주 펀드 1100억원, 현대차그룹주 펀드 320억원, SK그룹주 펀드 120억원, LG그룹주 및 한화그룹주 펀드 각 100억원 미만이다.
삼성그룹주 펀드와 현대그룹주 펀드는 올해 수익률도 부진했다.
특히 삼성그룹주 펀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으로 수익률 상승 기대감이 컸으나, 현재까지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주식형인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주식-파생]Class A'펀드(31억원)가 -6.69%, 주식혼합형인 'IBK삼성&현대차그룹나눔매수&목표달성1A'펀드(16억원)는 -6.19%로 각각 손실을 냈다.
1조원대 대형 주식형 펀드인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C1)'펀드는 2004년 11월 설정 이래 누적 수익률이 204%에 이르지만, 올해 들어선 고작 0.07%의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나머지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3.0∼3.0% 수준에 그쳤다.
현대그룹주 펀드도 주식형인 '현대현대그룹플러스1종류A'펀드(1061억원)가 올해 9.41%의 손실을 내는 등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룹주 펀드 중에선 올해 SK그룹주 펀드와 LG그룹주 펀드가 양호한 성과를 거뒀고 한화그룹주 펀드와 현대차그룹주 펀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수익률은 주식형인 '키움SK그룹우량주플러스1A1'펀드(113억원)가 22.35%로 가장 높고, '키움LG&GS플러스1A1'펀드(14억원)가 16.41%로 뒤를 이었다.
주식혼합형인 '한화 한화그룹목표배당형1(A)'펀드(36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10.56%를 기록했다.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1(A)'펀드(95억원)도 연초 이후 6.30%의 수익률을 올렸다.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자1A1'펀드(154억원)는 연초 이후 3.41%의 수익을 거두면서, 최근 1년간 손실 폭을 11% 수준으로 줄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룹주 펀드는 일반 주식형과 달리 그룹의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변동성이 커지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섹터펀드"라며 "반대로 호재가 등장할 때는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고수익이 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