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내 1~2개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시범인가를 내주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제도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은행권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제한하겠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와 ICT기업 연합군이 ‘국내 1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다음달 인가 기준을 공개하고 9월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0~11월 심사를 거쳐 12월 중으로 시범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과 경쟁을 통한 금융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제도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기존 은행이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와 ICT기업 연합군이 시범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많고 저축은행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키움, 미래에셋, 대신증권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담 준비팀(TF) 운영하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ICT가 얼마나 참여하는가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다음카카오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ICT 사업자가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된 것을 환영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중심 축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터넷은행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25일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는 네이버는 다음카카오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되면 네이버도 진출을 고민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차기 신성장동력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서비스 플랫폼사업을 낙점한 SK C&C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SK C&C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늦은 측면이 있으나 이제라도 규제가 풀린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정부 조치를 계기로 인터넷 전문은행 서비스 플랫폼 개발과 지원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사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KT는 지난 2월 우리은행과 사물인터넷(IoT)·핀테크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지난 4월엔 대구은행과 핀테크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신용카드 PG사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범인가 우선권에서 제외돼 있기는 하지만 은행들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선 기업은행은 정부의 인터넷은행 도입 발표에 맞춰 모바일 통합플랫폼 ‘i-ONE뱅크’를 오픈했다. 인터넷은행 수준의 풀뱅킹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정부의 인가가 나면 바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다.
이보다 앞서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6일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선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기 위한 사전 플랫폼이다.
신한은행과 부산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 TF 운영 중이며 DGB금융지주도 인터넷은행 대응 협의체를 마련하고 ICT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