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가 새 법무부장관에 김현웅(56·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을 내정하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이 현실화됐다.
김진태(63)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14기 출신이다. 현행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관계설정일 수 밖에 없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2013년 12월 취임한 김 총장은 5개월여의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017년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김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 차차기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물러날 수 있게 된다. 법조계에서 김현웅 고검장의 발탁을 김진태 총장의 거취문제와 연결짓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 검찰 양쪽 다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김진태 총장의 임기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검찰청 역시 '과거에도 종종 벌어졌던 현상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드러내놓고 의견을 대립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갈등이 생길 경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인해 검찰총장의 '위신'이 손상되면 총장이 검사들을 더 이상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해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연수원 8기 출신인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구속수사 여부를 놓고 연수원 5기 출신인 김종빈 총장과 대립하다가 사퇴한 게 그 예다.
기수역전은 아니었지만 현 국무총리인 황교안(13기) 전 법무부장관도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한기수 아래인 채동욱(14기)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김 총장은 법무부장관 기수와 관계없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임기를 보장한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개각 이후 청와대가 사정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김 총장과 마찰을 빚을 경우, '기수역전' 상태는 언제든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뒤틀 수 있는 폭약의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