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엑시트 도미노(연쇄 이탈)’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도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할 조짐이 선명해지고 있다.
현재 EU 탈퇴를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영국과 프랑스다. 영국에 대해선 EU 탈퇴라는 의미를 담은 브렉시트(Brexit)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프렉시트(Frexit)’라는 표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EU 조약 개정을 근거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EU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17년 말까지 예정된 EU 회원국 자격을 연장할 지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치솟고 있는 만큼, 그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브렉시트’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치러야할 댓가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리차드 노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영국은 EU에 남아있어야 한다”면서 “영국 내 금융 부문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외교부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르 위윈 역시 “(브렉시트는)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기업활동, 내부 투자 등이 타격을 입고 런던 금융가의 매력도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선 오는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해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마린 르 펜 국민전선 대표가 프랑스도 EU 탈퇴를 앞두고 있다고 언급해 ‘엑시트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르 펜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틀 통해 “오늘은 ‘그렉시트’를, 내일은 ‘브렉시트’를, 그 다음날에는 ‘프렉시트’를 얘기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포르투갈도 예외는 아니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재정위기에 빠진 뒤 구제금융 조건으로 채권단에 약속했던 긴축재정 계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포렉시트(Porexit)’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연이은 연합체 이탈 현상에 일각에서는 유로존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각 국의 통화가 단일 체제로 묶이면서 금리, 환율 등의 정책 효과가 엇갈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