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다림질 단상

입력 2015-07-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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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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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진주에 내려와서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매일 아침 다림질을 한다는 것입니다. 평상시 서툴렀던 다림질이 매일 셔츠를 다리며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다림질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셔츠를 잘 다리려면 오른손의 다림질 기술만큼이나 옷감을 펴주는 왼손의 역할도 중요하더군요. 다리미 길을 먼저 잘 펴주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지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으며 먼저 그 바닥을 제대로 잘 닦아야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다음으로, 구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셔츠의 넓은 면부터 다려야 합니다. 일상에서 급하고 중요한 것부터 먼저 챙겨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물론 다림질에서 마무리가 중요하듯 인생에서도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야겠지만요.

또 셔츠를 잘 다리기 위해 스팀다리미를 쓰더라도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다리미에게 분무기는 다림판과 함께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주는 친구입니다. 세상사 대부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어려운 일을 헤쳐가는 것처럼 다리미에게도 여러 조력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딴 곳에 정신이 팔려 다리미를 셔츠 위에 오래 두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셔츠가 금방 눌어붙거나 까맣게 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에서 지나침을 경계하자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다리미가 제 시간보다 오래 있으면 셔츠가 상하듯 인생에서도 자기가 있어야 할 곳과 때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 중용의 도를 넘어서면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되지요.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귀찮은 다림질을 매일 아침 왜 해야 하나’하고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절대 다림질 기술이 발전하지 않더군요. 남이 해줬으면 하는 귀찮은 일이지만 기왕 하는 일이라면 먼저 그 일에 관심을 보이고 묘미를 느끼는 순간 다림질이 손에 더 얼른 익어 즐겁게 할 수 있더군요.

매일 아침 다림질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요즘, 흐뭇하게 웃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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