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버블이 붕괴하면서 중국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리스 채무위기와 중국증시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서구 언론은 그리스에 대해 홍수처럼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경제 규모를 따져봐도 중국 이슈가 글로벌 시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일본과 같은 몰락의 길을 밟을 수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일 5.8% 하락해 지난달 12일 연중 고점 이후 28% 이상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최악의 부진이다. 이 기간 중국증시에서 증발된 시총은 3조 달러(약 3370조원)가 넘었다. 이는 브라질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액수가 증발한 것이다.
중국 경제 초점은 성장 하방 압력이다. 한 마디로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포스트버블(버블 후의 상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그동안 고성장에 익숙했던 중국에 이른바 ‘뉴노멀’로 적응하는 길은 평탄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 버블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와 수출을 견인차로 한 고성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빈부격차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변색된 하천과 먼지로 뒤덮힌 대지로 흐린 시야는 공해병에 시달리던 1970년대 일본 고도 성장기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고도 성장을 통해 소득 격차를 해소해 갔지만 중국은 공산당을 정점으로 권력을 가진 부자와 못 가진 서민 사이에서 메우기 어려운 격차가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두 자릿 수 성장시대가 끝나자 소비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뉴노멀(신창타이)’을 강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가 뉴노멀을 강조하자마자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감속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고성장 시대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증시 투자자들이 지난달 초까지 정부를 믿고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부양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는데도 협의통화(M1) 증가율은 5%에 그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서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현금이나 예금으로 묶이면서 신용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은 현상과 비슷하다.
공공투자도 표류하고 있다. 시 주석이 부패 척결에 주력하면서 지방정부가 퍼주기 사업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정권이 인프라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버블 붕괴 이후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에 투자했던 일본과 같은 모습이다.
급기야 중국 증권사 21곳이 지난 4일 공동으로 1200억 위안의 증시안정화기금을 조성해 자금을 우량주 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과도하게 부채를 쌓아올리면 90년대 일본처럼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조4000억 달러였던 중국의 부채는 지난해 28조2000억 달러로 약 4배 증가했다. 이런 이면에는 백해무익한 과잉설비 문제도 있다. 바로 일본이 걸어오고 있는 포스트버블의 길을 중국도 밟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