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마다 명품이 있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공동주택이란 특성이 있는 아파트가 차별화된 수요층을 겨냥해 ‘명품 아파트’를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 만큼 ‘명품 아파트’가 시장에 나서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가 노블계층을 겨냥해 첫 선을 보인 것은 바로 현대산업개발의 역작 삼성동 아이파크가 효시다.
◆‘포니 정’의 첫 역사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건설업계 ‘밥’을 먹어온 업체. 그룹 내 형님벌인 현대건설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대건설과 함께 5대 신도시 건설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건설 ‘내공’이 대단한 회사다.
이 현대산업개발이 ‘독립’한 해는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에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내려온’ 포니 정, 고(故) 정세영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바로 ‘아이파크(I-Park)’ 신화가 탄생하게 됐다.
삼성동 아이파크가 들어선 경기고등학교 맞은 편 땅은 원래 현대산업개발의 사옥과 주택전시관이 있던 자리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곳에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2000년. 아이파크(I-Park)브랜드 1호 아파트인 삼성동 아이파크는 용적률 299%에 69평형부터 97평형 등 초대형평형 346가구로 구상됐다.
평당 평균 1800만~2300만원, 그리고 펜트하우스의 경우 평당 2800만원에 사상초유의 분양가가 책정됐던 이 아파트는 그러나 이듬해 봄까지 19%란 계약률을 기록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아직 IMF시기의 상처를 치유할 만한 분양시장 분위기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업계의 웃음꺼리가 될 뻔 했던 이 아파트는 이듬해 55~104평형 449가구로 탈바꿈해 8차 동시분양에서 평균 8.8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권토중래(捲土重來)에 성공한다. 포니 정’ 체제가 안착하는 순간이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회사 입장에서나, 국내 주택시장 입장에서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아파트다. 우선 현대산업개발은 평생 자동차 사업만 하던 고 정 회장 체제로 바뀐 후 처음으로 추진한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업계의 리더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 또 주택시장에서는 삼성동 아이파크 분양부터 강남구가 이제 타지역과 비교도 하기 어려운 고급 주거지역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된 계기가 됐다.
◆ 국내 최고가 아파트 고수
입주 3년째를 맞아가는 삼성동 아이파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현재 평당 평균 5400만원의 매매가를 기록하는 최고가 아파트로 강남권 고급아파트의 표준으로 된지 오래다. 지난해 1년 동안 매매가 상승률만도 25%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전세가도 전국 최초로 평당 2000만원 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랭킹은 다 차지하고 있는 것.
강남 전역이 조망되는 입지여건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삼성동이란 지역이 강남에서 최고 지역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삼성동 아이파크의 선방은 일견 놀라운 면이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수의 전문가들의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주거 1번지, 대치동의 동부센트레빌이 입주하면 순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을 정도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건폐율 9%로 계획된 삼성동 아이파크는 신규 개발 사업이라 세대 내부평면에 있어서도 분양 7년이 다돼가는 현재의 아파트에 비교해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특히 경관조망이 가능한 탁월한 조망권은 서울은 물론 국내 어느 아파트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낸 삼성동 아이파크지만 업체인 현대산업개발도 고민은 있다. 아이파크가 워낙 고급아파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만큼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즉 저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미 삼성동 아이파크와 아이파크 분당 분양 이후 아이파크 브랜드는 노블 브랜드로 굳어져 우리가 쉽게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역효과가 생겼다”며 “하지만 선별 사업을 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이룩해낸 노블 브랜드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