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홈앤쇼핑이 최근 송출수수료를 30% 인상하라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현대HCN의 급작스러운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HCN이 요구하는 인상폭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큰데다, 이를 원하지 않으면 채널을 변경하라는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된서리를 맞게 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현대HCN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등에 대한 진정의 건’이란 제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현대HCN이 거래상 지위 남용, 거래거절, 차별행위, 방송법상 금지 행위 등을 일삼고 있다는 게 골자다. 현대HCN은 전국 8개 권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홈앤쇼핑이 이 같이 강수를 둔 것은 지난 4월부터 현대HCN 측의 송출수수료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대HCN은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홈앤쇼핑에 공문을 보내 송출수수료를 30% 인상하라고 통보했다. 최근 수년 간 홈앤쇼핑의 영업이익이 증가해서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갑자기 송출수수료를 30%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게 홈쇼핑업계의 시각이다. 홈앤쇼핑 측은 국내 홈쇼핑업계에서 후발주자이자 가장 규모가 작은 만큼, 현대HCN 측이 자사만을 지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5개 대기업 홈쇼핑사에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유다.
홈앤쇼핑의 반발이 거세자 현대HCN 측은 지난달 초 협상이 종결됐다며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이어 송출수수료 30% 인상이 불가하다면, 수수료를 전년 대비15% 인하해주되, 채널을 기존 번호와 인접하지 않은 25번으로 변경하라는 제안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번호가 20번대로 올라가게 되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채널 접근도가 떨어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홈앤쇼핑 입장에선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현대HCN은 전국 8개 지역 사업권역에서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당 구역 내에서 점유율이 70%에 육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사실상 독점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며 “그런 정당한 이유없이 높은 수준의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현저히 불리한 채널로의 변경을 통보하는 것은 명백히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HCN 측은 “홈앤쇼핑은 그동안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사업자이고, 신생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업자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수료를 고집해왔다”며 “홈앤쇼핑 측 요구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로 다른 사업자들과의 계약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과정 중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의 모습은 악의적일 뿐 아니라 협상에서의 우위를 갖기 위한 의도”라며 “현대HCN은 홈앤쇼핑과 분쟁과 관련해 정부가 법적절차에 따라 조정을 진행한다면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