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태연의 이유 있는 반발…악성 댓글은 '범죄'다

입력 2015-07-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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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소녀시대 멤버 태연(사진=뉴시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예인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참아야 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말은 잔인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지인·가족들까지 비인격적인 공격을 받아도 하소연할 곳 없이 홀로 삭혀야 했다. 익명의 그늘에 가려진 무차별한 공격에는 비난의 대상만이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연예인이 고통 받았고,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 루머를 양산하는 방식도 더 교묘해졌다. 인터넷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지금, 악성 댓글은 그 자체로 사회 구성원의 직접적 언어폭력이다. 악성 댓글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여론을 쉽게 움직여 집단의 폭력을 자아내고, 루머는 더 큰 루머를 양산해 피해는 2차, 3차로 확산된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감내해왔던 연예인들도 이제 달라지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태연은 20일 “오래 전부터 심한 악플 때문에 가족부터 주변 지인들까지 심하게 상처받았다”며 “악의적인 글, 사진을 다 수집하고 있다”고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배우 이시영과 송윤아, 미쓰에이 멤버 겸 배우 수지, 가수 아이유,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선수 등은 악성 댓글에 참지 못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고소와 수사에도 처벌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연예인의 경우 피의자를 잡아도 선처하는 경우가 많다. 모질게 처벌할 경우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악성 댓글을 뿌리 뽑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악성 댓글은 더 이상 선처의 대상이 아니다. 감정 노동자에 속하는 연예인들에게 악성 댓글의 폭력성은 연기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며 삶을 영위하는데 피해를 주기까지 다다랐다. 비판이 아닌 도 넘은 비난은 사실을 왜곡시켜 해당 연예인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준다. 친한 친구들이 농담으로 던진 말에도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공인이라고 해서 무감각한 것은 아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으로 인한 피해 여파가 더 크기 때문에 일반 명예훼손보다 무겁게 다뤄진다. 반면 이 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에 속한다. 이를 악용하는 네티즌이 급증하고 있다. 공인에 대한 악성 댓글에 제동이 필요하다. 피해자 당사자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네티즌 스스로의 성찰과 정화 없이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힘들다. 최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악성 댓글에 대해 ‘지적인 사람은 지적을 아낀다’라는 말로 대응했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의 정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악성 댓글은 이제 여론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이다. 유명인사라고 해서 다수의 폭력을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악플러들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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