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시장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리오틴토, BHP빌리턴(이하 BHP), 발레, 포테스큐메탈 등 4대 철강업체가 세계 철강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오는 2018년에 약 80%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4대 철강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9~2013년까지는 평균 65%, 2014년에는 71%를 기록한 후 오는 2018년에는 약 80%에 육박할 것으로 씨티은행은 전망했다.
BHP는 지난달 끝난 2015 회계연도의 철강 생산량이 총 2억3300만t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내년 생산량은 이보다 6%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오틴토는 호주 서부에 있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州) 필바라 지역의 철강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고수하고 있으며 생산 예정 규모는 3억6000만t으로 설정고 있다. 이는 작년 생산량 2억8000만t과 비교했을 때 1억t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발레 역시 오는 2018년까지 철강 생산 규모를 4억500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불과 소수의 대형 업체들만 저렴한 가격,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시장을 주름잡았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호주의 철강 수출 가격이 t당 평균 30달러 수준이었다. 중국의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새로운 철강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철강 거래 가격은 지난 2011년 t당 190달러로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중국의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철강 거래 가격도 t당 52달러로 내려가는 등 10년 만에 가격이 퇴보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업체들이 철강 가격이 저렴한 상황을 역이용해 철강 생산량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려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BHP의 경우 철강부문 영업이익이 작년 하반기에 무려 3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BHP와 리오틴토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이들 기업의 주가는 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씨티은행은 분석했다.
게다가 대형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소형 철강사들의 활동 범위가 줄어든 데다 시장 과잉공급으로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ATI에셋매니지먼트의 벤 라이언스 매니저는 “메이저 기업들이 공급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재 시스템에 대해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라페미나 광산부문 애널리스트는 “철강 대기업들이 시장의 저가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