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 약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의 통화 가치는 지난 2년 반 동안 30% 하락해 최저가를 경신했다. 통화가 약세이면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흥국의 수출은 오히려 5년여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수출 자체는 지난 5월까지 3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이들 국가는 1년 전만 해도 자국의 수출 성장과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자국 통화 약세를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다. 그러나 미국 유럽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된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고수하면서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려 하고, 이같은 상황이 통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국은 각각 경기 부양에 혈안이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률이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정부가 수입 제한 조치에 나섰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WSJ와의 인터뷰에서 “수출이 급감해 수입을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통화를 지켜야 한다. 국내 자원으로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브라질은 철광석과 커피, 설탕 등의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11개월 연속 축소했다. 브라질은 이미 5월에 예산을 226억 달러 삭감했다. 세수가 줄자 브라질 정부는 22일 추가 예산 삭감 계획을 발표했다.
브라질 헤알은 지난 1년간 3분 1 하락해 12년 만의 최저치에 육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23일 미국 달러에 대해 17년 만의 최저치를, 태국 바트는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각각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작년 초 대비 13.6% 하락, 7월 초에는 1999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이들 국가는 수출 의존도가 유난히 높다는 것이 문제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알렉스 울프는 “약한 외수와 낮은 제품 가격, 중국의 경제 성장 불확실 등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클레어 디소는 “신흥국의 수출 성장은 크게 침체됐다. 이것이 내가 걱정하고 있는 현재 흐름의 특징”이라며 “수출 금액과 비교하면 금액 측면에선 더욱 약해지고 있다. 이는 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