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어디로] 내홍 속 신동빈 ‘원 롯데’ 가속화… 아직 불안한 봉합

입력 2015-07-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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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형제간 분쟁 불씨 여전… 신동빈·동주 ‘독립경영’설도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형제들 간의 분쟁 양상이 극단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15년 전 현대그룹의 ‘형제의 난’을 보는 것 같다며 차남인 신동빈 회장으로 정리되는 듯했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언제 다시 뒤집힐 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 시도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되는 등 신동빈 회장의 ‘원 롯데’ 체제가 힘을 받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형의 돌발 행동에 분노한 신동빈 = 아버지를 앞세워 신 전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 등이 벌인 가족 반란 사태는 일단 진압됐다. 신 회장은 28일 “건강이 안좋은 아버지를 이틀 사이에 두번이나 비행기에 태워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하다니 가족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분노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임직원들에게 “롯데그룹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이라며 “곧 거버넌스도 안정을 찾고 아버지의 건강도 회복되실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도 이번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 대표이사 해임에 대해 “이와 같은 결정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가족이 신 총괄회장을 무리하게 일본으로 데려가 이사진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신 회장의 한ㆍ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신 총괄회장도 계속해서 한국과 일본롯데의 경영현안을 챙겨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지배력 강화 계기…분쟁 격화 가능성 여전 = 장남의 1일 쿠데타는 표면적으로 신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부자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단 대표이사 해임 논란이 불거진다. 신 총괄회장의 상황 판단력이 흐릿해 이를 이용하는 세력을 막기 위한 조치치고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와 한국을 아우르는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신 총괄회장을) 해임시킨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일본에서 법적 소송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형제간 경영권 불씨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승계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불문명해 형제간 다툼은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도 주요 변수다. 재계 안팎에서는 형제의 손을 번갈아 들어줄 정도로 상황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다.

지분 문제도 아직 복잡하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을 13.45% 갖고 있다. 신 회장(13.46%) 보다 0.01% 적지만, 이번 일본행에 동행한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 0.74%를 합치면 신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등도 신 전 부회장과 신 이사장과 지분이 합쳐지면 신 회장 보다 많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지분까지 더해지고, 그가 경영권 문제를 다시 재고할 경우 롯데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장남의 일본 롯데 경영권 회복 시도가 온 천하에 알려진 만큼 이번 쿠데타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며 “결국 현대가처럼 계열분리 양상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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