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주 전망] 자동차, 국제유가와 시장 변동성이 관건

입력 2015-08-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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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교체 앞둔 美 소비자…유가하락에 SUV·픽업트럭으로 눈돌려

자동차 회사의 판매추이는 전통적으로 상저하고를 보여왔다. 분기별 매출 및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4분기-2분기-3분기-1분기 순으로 실적이 하락해왔다. 돌발변수나 커다란 대외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같은 추이는 언제나 동일했다. 4분기 판매 실적이 가장 좋은 이유는 연식변경을 앞두고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이 할인 판매 전략을 선보이면서 재고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수출주로서 자동차 회사를 바라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4-2-3-1분기 순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것은 엄연히 내수판매 추이다. 글로벌 시장의 주요 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별 판매와 실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인도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미국에서 통할리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잘 팔린다고 유럽시장에서 잘 팔릴 수 없다. 이렇듯 다양한 대외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동차 업종은 그만큼 향후 전망에 힘을 싣기 어려운 수출주이기도 하다.

◇내수 車시장 저점을 통과하며 회복중=자동차 수출시장을 언급하면서 반드시 짚어야할 부분이 내수시장이다. 자동차 공장은 일정 비율로 가동된다. 수출 시장이 줄어들면 내수판매 확대에 나서고 내수가 부진하면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지난 7월 내수 자동차판매는 약 15만7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여름을 맞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증가와 신차 출시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지난 6월(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14.6%, 16만266대 판매)보다는 떨어졌지만 꾸준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ㅎ고 있다.

그러나 수출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자동차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전체적으로 2.0% 감소했다. 물량은 25만8781대. 지난 6월 수출이 11.8%로 증가하면서 자동차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싶었지만 다시 7월 들어 주저앉았다.

현대차는 투싼ix를 포함해 마이너체인지에 나선 싼타페 등을 수출 시장에 내놓으면서 버텼다. 그 결과 힘겹게 0.6%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기아차는 K5 등 주요 모델을 내수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데다 신흥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15.9%나 감소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이 증가했지만 브랜드별 수출 편차는 이렇듯 큰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북미 등으로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등 신흥시장 경기 침체, 엔화 및 유로화 평가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외국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 이익모멘텀 열위 상태가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신중론을 밝혔다. 박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신흥 시장 비중이 높은 데다 구모델 위주의 글로벌 판매 실적도 부진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해외 판매와 수출 물량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작년과 비교한 원-달러 상승 폭은 가장 큰 상태다. 그러나 박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긍정적이나 경쟁업체의 환율여건도 악화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국내 자동차 업체의 투자시점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 유가를 보면 현대기아차 수출시장이 보인다=자동차 수출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최근 부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주력 차종의 노후화가 지목된다. 이밖에 현지에서의 경쟁력 약화도 수출 시장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아가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수출시장을 좌우하는 요건 가운데 하나로 국제유가를 지목한다.

2008년 리먼쇼크 당시 국제유가는 크게 치솟았다. 배기량 고급차를 선호했던 북미 시장은 자연스럽게 기름이 덜 먹고 경제적인 차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일본차와 한국차가 관심의 무대로 떠오른 시점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때마침 디자인을 화끈하게 바꾼 기아차가 선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또 급발진을 포함한 사상 최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기 시작했다. 이 무렵이 한국차가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계기였다.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동시에 기름을 덜 먹는 현대차보다 기름을 좀 더 먹더라도 실용적인 대형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를 벗어난 일본차 메이커도 다시금 북미에서 적극적인 공략을 펼치고 있다. 엔저까지 이어지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 결국 일본차와 경쟁해야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는 자연스럽게 악재가 생긴 셈이다.

세부적으로 각 주력시장별 경쟁력 약화도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시장에서는 주력모델인 아반떼가 모델 교체 시점을 앞두고 있어 올들어 판매가 급락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제값받기 전략이 더 이상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도 수출시장 부진의 원인이다. 현대차는 최근 일부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할인율을 높이면서 시장 회복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소비심리의 소폭 개선 등으로 북미에서 일반 승용차보다 SUV를 포함한 픽업트럭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외 여건은 국산차의 수출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하반기이 수출시장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유호적인 원/달러 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판매 및 아반 떼 출시가 계획되어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해외 시장에서 유가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수출시장에 긍정적 전망을 더하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현대차 판매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출시장의 주력 차종 출시에 맞춰 본격적인 마케팅 강화 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시장에서)상반기 제값받기 정책 고수에 따른 다소 소극적인 전략에서 유연한 가격 정책을 내세워 적극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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