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수장이 바뀌었다. 지난 1948년 창사이래 67년 간 유지되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1세대 경영 체제가 종료되고,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2세대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혀왔던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완승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 ‘1인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17일 오전 9시30분 일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주주들은 신 회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추진하길 희망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처음 열린 이번 주총 결과는 단순히 안건의 가결을 넘어 상당수 이상 주주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한ㆍ일 롯데그룹을 통합 경영하는 ‘원 리더’ 의 ‘신동빈 체제’의 정통성 뿐만 아니라 내부결속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현재의 경영진이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을 보다 향상시키는것과 동시에 보다 투명성이 높은 규범 경영을 계속해서 철저히 추진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주총 결의 후 롯데홀딩스를 통해 낸 발표문에서 “오늘 개최된 당사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로써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최대주주(72.65%)인 L투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한ㆍ일 롯데의 사실상 지배회사다. 즉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ㆍ일 롯데를 모두 경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동빈의 원톱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그가 강조해온 글로벌 롯데의 경영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한국 롯데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30여건의 크고 작은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롯데의 해외 영토를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2004년 이후 신 회장의 롯데가 인수 합병한 기업은 총 33개에 이른다. 2004년 23조이던 롯데 그룹 매출도 지난해 80조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은 “한ㆍ일 롯데가 함께 글로벌 시장에 나서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한ㆍ일 롯데 통합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신동빈식 롯데그룹의 투명성 강화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법에 의거한 경영 방침’의 가결은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밝힌 청사진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지난 11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추진 △연말까지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해소 △지배구조 개선 TF출범과 기업개선 위원회 설치 등을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