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주가 폭락 사태가 세계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이 위험한 실수를 저지를 것 같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조기 금리인상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인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 금융시장 안정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시기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6~9개월 전에 금리를 올렸으면 경제성장이 금리 인상으로 초래되는 금융시장 불안 등 부정적 측면을 상쇄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경기 하강과 미국 증시 조정, 유동성 불안 우려 확산 등의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예기치 않은 위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머스의 주장은 연준이 이르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거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8년 세계가 금융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미국이 번영의 오아시스에 머물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 촉발된 신흥시장의 위기가 선진국으로까지 전염되면서 미국이 과연 독단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연준 금융 정책국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존스홉킨스대학의 조나단 라이트 교수는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면 당국은 다음 FOMC에서 금리인상을 보류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의 진폭이 매우 커지고 있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하방 ‘테일 리스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미즈호투신 투자 고문인 이토 유스케 수석 펀드 매니저는 24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파적인 입장에서 금리인상을 강행하면 과거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이 리스크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현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9월 또는 12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나중에 정책을 뒤엎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도 했다.
구라쓰 야스유키 일본 RP테크 대표 이사는 “세계적인 주가 하락은 금리 인상을 늦춰 달라는 투자자들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시장에서 현재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급격히 하락해 9월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24%로 지난주 시점의 48%에서 크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