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확보를 위한 4개 컨소시엄 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각 컨소시엄 내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확보 이후 전개될 컨소시엄 내 주도권 싸움이 벌써부터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다.
1일 ICT(정보통신기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ICT업체와 금융기관이 손잡은 총 4개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인터넷 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곳은 △다음카카오, 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KT, 우리은행 등 ‘KT 컨소시엄’ △인터파크, SK텔레콤 등 ‘인터파크 컨소시엄’ △스타트업 연합 기업인 ‘500V 컨소시엄’ 등 4곳이다.
다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컨소시엄이 지분구조나 참여기업을 최종 확정하지 못하면서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도 남겨놓고 있다.
한 컨소시엄 고위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 구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분구조나 참여기업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 앞두고 일부 컨소시엄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컨소시엄 내에서도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을 염두에 둔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의 경우도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최대주주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최세훈 다음카카오 대표이사는 “은행법이 바뀌면 일반기업도 지분을 훨씬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가정하고 파트너십을 짜고 있다”며 추후 은행법 개정 뒤 최대주주로 등극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KT 등 다른 컨소시엄도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KT 컨소시엄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지분 확보에 상당한 제한이 따르지만, 법개정 뒤에는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교보생명도 KT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인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A컨소시엄 역시 사업권 확보 이후 주도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행법 하에서 컨소시엄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러 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분 제한 등으로 인해 조율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에서 진행하다 보니 컨소시엄 구성에서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했던 B대기업은 사실상 포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 B대기업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권을 획득하더라도 지분율이 고작 4%에 불과해 참여하는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의결권은 4%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지분 보유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전제로 10%까지 가능하지만 의결권은 제한된다. 이 때문에 IC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분 제한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지난 7월 3일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상정한 은행법 개정안의 골자에도 비금융 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정의를 비롯해 비금융주력자 지분확대, 자본금 설립조건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관련 법안이 국회 내에서 잘 논의 돼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과는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작업은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신청을 받은 후 심사를 거쳐 1~2개 컨소시엄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 앞두고 주요 ICT 기업과 금융권의 치열한 이합집산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