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사회책임투자(SRI)펀드의 투자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 자칫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14일 '기업지배구조연구' 봄호에서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SRI펀드의 투자기준와 종목이 기존 펀드와 차별성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팀장은 "국내 SRI펀드 6개(재간접펀드 제외)가 보유한 주요 투자종목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국민은행, POSCO 등으로 각 펀드간 투자종목이 유사하고, 일반펀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특히 "노동문제과 관련된 투자기준을 채택하고 펀드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속해있는 삼성그룹은 '무노조 정책'을 채택하고 있고, 실제 노조 결성을 저지한 전력으로 노동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삼성그룹 사례에서 보듯 국내 SRI펀드들의 모호한 투자기준으로 인한 논란은 SRI펀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수록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외국의 SRI펀드들이 무기, 담배, 주류회사등에 대한 투자배제 기준을 따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SRI펀드들은 이같은 투자전력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펀드투자자들에 대해 세부투자기준이나 투자근거에 대한 정보제공도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결국 국내 SRI펀드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펀드 성격에 어울리는 종목 발굴 능력이 검증돼야한다"며 "이런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재 SRI펀드에 대한 관심은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SRI펀드는 'Tops 아름다운 종류형 주식투자신탁'(이하 운용사 SH투신), '농협 CA 뉴아너스 SRI 주식투자신탁'(농협CA투신), '기업가치 향상 장기주식투자신탁'(알리안츠글로벌), '행복나눔 SRI주식투자신탁'(대신투신), '프런티어 지속가능기업 SRI 주식형펀드'(우리CS), '삼성글로벌 베스트 좋은세상 종류형 재간접자산투자신탁'(삼성투신) 등 총 7개가 있다.
이 중 삼성투신의 SRI펀드는 SRI 형태로 운용되는 해외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이른바 '재간접투자' 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