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서 물러나는 인사들이 대거 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에 따라 은행 감사는 ‘금감원 잔치’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태철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보를 3년 임기의 차기 감사로 내정, 오는 22일 주총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전임 감사 역시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이순철 씨다.
부산은행도 정제풍 전 금감원 증권검사2국장을 금감원 은행검사1국 부국장 출신인 박창규 감사의 후임으로 추천하고 20일 주총에서 선임할 예정이며 광주은행도 금감원 신용정보팀장을 지낸 한복환 전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을 차기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도 금감원 출신 감사의 임기를 연장했다.
금감원 은행검사국장을 지낸 신한은행 조재호 감사는 이번에 임기가 1년 연장돼 20일 주총 결의를 앞두고 있으며, 외환은행 최명희 감사(전 금감원 국제협력실장)도 2년 임기의 차기 감사로 다시 추천됐다.
은행장 인선과 맞물려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한 우리은행의 박환균 감사도 금감위 기획과장출신이다.
최근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들이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로 잇달아 선임된 데 이어 은행 감사도 금융감독당국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동종업계에 취업할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역이용해 은행 담당은 증권사에, 증권담당은 은행에 취업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금감원 퇴직자 114명 가운데 76명이 금융회사 등 유관기관에 재취업했고, 대부분이 감사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