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9월 24일 舌芒于劍(설망우검) 혀는 칼보다 더 날카롭다

입력 2015-09-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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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말은 일단 뱉으면 그만이다. 하도 빠르게 퍼져 사마난추(駟馬難追),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도 쫓아가기 어렵다. 발 없는 말[言]을 발 있는 말[馬]이 어찌 따르랴? 말은 칼보다 더 예리하고 위험하다. 삼촌지설 망우검(三寸之舌 芒于劍). 세 치 혀의 논봉(論鋒)이 칼보다 날카롭다고 한다. 망어검(芒於劍)이라고도 한다. 于와 於는 넘나드는 글자다.

중국 동한(東漢) 시대에 여남(汝南) 신양(愼陽)에 황헌(黃憲)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는 숙도(叔度), 아버지가 소 의사인 빈천한 가문 출신이지만 어려서부터 천재로 소문났다. 여남은 지금 허난(河南)성 지역이다.

그가 14세일 때 당시 저명인사였던 순숙(荀淑)이 이곳에 찾아와 몇 마디 말을 걸어본 뒤 그의 재능과 학문에 깜짝 놀랐다. 해가 질 무렵까지 이야기하다 헤어지면서 순숙은 “어린 네가 내 스승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훗날 태원(太原)의 명사인 곽태(郭泰)가 여남에 왔다가 공조(功曹) 벼슬을 하는 원랑(袁閬)과 황헌을 잇달아 만나고는 “원랑은 맑은 샘과 같아 한눈에 바닥이 보이지만 황숙도(黃叔度)는 넓은 호수처럼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헌과 같은 고을 사람이던 대량(戴良)은 스스로 천하의 기재를 자부했지만, 황헌과 이야기하고 온 뒤 한참 동안이나 뭔가 잃어버린 듯 어리둥절한 상태가 됐다고 한다. 망연약실(茫然若失)이다. 망연자실(茫然自失)과 같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런 상대,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상은 중국 남송(南宋·420~479)의 범엽(范曄·398~445)이 편찬한 ‘후한서’ 황헌전에 나온다.

그런 황헌이 지은 ‘천록각외사(天祿閣外史)’에 “치밀어 오른 노기는 불보다 뜨겁고 세 치 혀의 논봉은 칼보다 날카롭다”[一激之怒炎于火 三寸之舌芒于劍]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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