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속에서도 한국경제 안팎에서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가계는 여전히 예금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6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 잔액은 총 357조2천억원으로, 상반기 중 105조5000억원(거래 이외 증감요인 제외)이 신규 유입됐다.
자금순환표(금융거래표)는 일정 기간 발생한 자금의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기록한 것으로 금융시장의 '머니무브'를 살필 수 있는 통계다.
상반기 중 가계자산의 증가액이 가장 많았던 부문은 현금통화와 예금으로, 전체 가계자산 순유입액의 56.4%(59조5000억원)가 몰렸다.
앞서 2014년 한 해 현금통화와 예금으로 유입된 가계 자산의 비중(46.3%)보다 많은 수치다.
작년부터 이어진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의 평균금리가 지난해 연 2.53%에서 올해 8월 연 1.61%로 뚝 떨어졌는데도 예금으로 유입된 가계자산 비중이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다.
단기상품보다는 장기상품 선호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단기 저축성예금에 43조원, 장기 저축성예금에 6조2천억원이 몰린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단기 예금에 7조2000억원, 장기 예금에 16조2000억원이 유입돼 대조를 이뤘다.
이는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제2금융권 예적금 상품으로 가계의 자금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올해초 시중 은행에 연 2%대 정기예금 상품이 사라지면서 일부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특판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수도권 투자자들의 원정이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반기 중 주식(지분증권)이나 투자펀드로 들어간 가계 자금은 7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한 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에서 가계자금이 13조4천억원 빠져나간 점을 고려하면 호전된 상황이지만, 저금리 시대에 금융투자상품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결과다.
다만 통계에서 예금으로 분류된 금전신탁에 상반기 중 10조2000억원이 몰리면서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졌음을 나타냈다.
지난해를 통틀어 가계자금 순유입액이 350억원에 불과했던 금전신탁은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을 대거 편입해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신규 유입액이 급속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