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나의 소원

입력 2015-09-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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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심리치유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 사원

몹시 힘들었던 지난해 늦가을. 소원을 꼭 한 가지 이뤄준다는 절에 갔다. 대웅전 뒤꼍에 걸터앉아 오래 고민했다. 돈벼락, 멋진 사랑, 가족의 건강, 세계 평화, 무엇을 빌까? 지금 힘든 일을 후련하게 해결해 달라고 할까? 하나만 고르려니 다른 여러 개가 아쉬웠다. 좋은 것도 과하게 얻으면 탈이 나거나 감흥이 없을까 걱정됐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3포세대, 5포세대, 요즘은 꿈과 희망도 버렸다며 7포세대라 불리기 바쁘지만 사실 무엇도 포기한 적은 없다. 막상 부처님 앞에 서니 오기가 생겼다. “나 만족할 만큼은 나 스스로 얻어야지. 언젠가 이뤄질 소원으로 여기고 내 몫의 노력까지 놓아버리지는 말자.” 쑥스러운 다짐을 했다.

한편으론 나만의 노력으로 얻기 어려운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직접 몸으로 겪어 본, 뉴스를 보며 한숨짓게 하는, 도무지 시원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 구조적 문제들과 가슴 아픈 얼굴들이 다시 꼬리를 물며 스친다. 소원 한 가지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싶었다. 바위에 계란 치기 같은 것이라면 쉽게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다음 계란을 던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무엇보다 간절했다.

그래서 다시 손을 모았다. ‘무엇을 빌어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할 것 같아요. 다른 건 모두 제 몫으로 둘 테니 이것만 도와주세요. 고요하고 잔잔한, 맑고 빈 마음을 주세요. 전 그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무엇도 고르지 않고 나니 후회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오히려 편안해졌다.

며칠 전 사무실 청소를 하고 있을 때 동료가 불렀다. 지금 하늘에 노을이 아주 예쁘게 지고 있다고. 하던 일만 마치고 나가자 했더니 하는 말. “노을은 생각보다 금방 사라져요.” 빗자루를 뒤로하고 당장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순간, 나의 소원을 다시 떠올린다. 곧 사라질 노을을 놓치지 않고 제때 바라볼 수 있는 마음. 꼭 한 가지 소원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이런 순간들로 찾아와 차곡차곡 쌓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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