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동조선해양의 출자전환을 위해 진행한 실사에서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전망한 손실액은 2645억원이었으나 실제 손실액은 두 배가 넘는 5792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성동조선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 박원석(정의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1∼2월 삼일PwC에 의뢰해 진행한 '성동조선해양 추가실사 결과' 요약본을 입수해 1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14년 성동조선의 당기순손실을 3561억원으로 추정하면서 출자전환과 이자율 감면을 반영할 경우 당기순손실이 264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이 실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가치(1조4128억원)가 청산가치(9229억원)보다 크게 나온 점을 근거로 무역보험공사의 반대를 되돌려 1조628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실사에서 추정한 예상 손실은 실제 손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공시된 201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성동조선의 당기순손실은 5천792억9900만원으로, 수출입은행 출자전환 후 예상치의 2배가 넘었다.
수출입은행은 또 실사를 통해 성동조선의 보유 현금이 2014년 말 기준으로 1855억원에 달해 필요운전자본 800억원을 제외하면 1천억 원가량의 잉여현금이 생긴다며 2014년부터 신규자금 지원은 불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은 1년여 만인 올해 5월 다른 채권단의 두 차례 반대를 무릅쓰고 3천억원을 단독 지원했다.
올 9월 벌인 실사에서는 최대 3700억원의 운영자금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와 수출입은행은 이달 중 채권단 안건으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채권단에서 반대 의견이 많아 수출입은행이 또 단독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삼성중공업에 위탁경영을 맡겼다.
그러나 박 의원은 위탁경영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위탁경영은 삼성중공업이 영업, 구매, 생산, 기술 부문을 지원하고 수출입은행이 재무, 인사 등 경영관리 분야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국 재무적인 책임은 수출입은행이 계속 져야 하는 것이다.
관리단도 파견하지 않는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은 풍부한 영업망을 활용한 수주 증가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성동조선의 수주 계획이 31척에 16억3천만 달러였는데 실적은 37척에 20억 달러에 달했다"며 "수주 실적이 좋지 않아서 문제였던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 초만 해도 출자전환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했으나 1년 만에 상황이 더 나빠져 이제는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가 없게 됐다"며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