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예전엔 순(旬)보다 한(澣)이나 완(浣)을 더 애용해 상순이 아니라 상한, 상완이라고 했다.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에도 9월 상한에 집현전 대제학 정인지(鄭麟趾)가 서문을 쓴다고 돼 있다. “조선 세종 28년(1446) 9월 상한에 (중략) 신 정인지는 두 손 모아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삼가 씁니다.”[正統十一年九月上澣 (중략) 臣鄭麟趾 拜手稽首謹書]
澣은 빨래하다, 주물러서 때를 없애다라는 글자다. 浣도 옷을 빨다, 주물러서 때를 없애다라는 뜻의 글자다. 어린이들이 익혀야 할 필수 상식을 담은 책 ‘유학경림(儒學瓊林)’에 이렇게 씌어 있다. “한 달에는 삼완이 있으니 초순 열흘을 상완이라 하고, 중순 열흘을 중완이라 하며, 하순 열흘을 하완이라 한다.”[月有三浣 初旬十日爲上浣 中旬十日爲中浣 下旬十日爲下浣]
浣은 원래 당나라 시대에 관리들에게 열흘에 한 번씩 쉬면서 목욕을 하고 몸을 씻게 한 제도에서 나온 말이다. 명나라 때 양신(楊愼)이 지은 ‘단연총록(丹鉛總錄)’ 시서(時序)편에 그 말이 나온다.
빨래하고 목욕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우리는 보통 목욕을 한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목(沐)은 머리를 감는 것[濯髮]이고 욕(浴)은 몸 전체를 씻는 것[洒身]이다. 중국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지은 ‘논형(論衡)’의 기일(譏日)편에는 머리털을 감아 머리의 때를 없애고[沐去首垢] 물로 씻어 다리의 때를 없애고[洗去足垢],대야 물로 손의 때를 없애고[盥去手垢] 목욕을 해서 몸의 때를 없앤다[浴去身垢]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