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장가 르네상스’ 시대의 이면-최두선 문화팀 기자

입력 2015-10-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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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베테랑’, ‘암살’, ‘어벤져스2’ 등 벌써 세 작품이다. 2003년 ‘실미도’가 신기원을 열기 전까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000만 관객’은 꿈에 불과했다.

인구 5000만명의 나라에서 1000만명이 하나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산술적으로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시대를 ‘극장가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한국영화는 3년 연속 한 해 1억 관객을 동원했고, 외화를 포함하면 총 2억명이 매년 극장가를 방문한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가 온전히 영화를 즐기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처럼 수많은 사람이 영화를 관람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뿐이다. 흥행작은 오락 요소가 짙게 반영됐거나, 블록버스터이며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 흔히 말하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외화 역시 할리우드 작품이 아니면 상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극장가 르네상스’는 상업주의로 이어졌다. 이른바 돈 되는 영화들이 경쟁적으로 상영됐다.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영화들의 스크린 수 독점이 이어졌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 영화를 선택해 관객에게 제공하는 상황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고 해도 상영 시간이 이른 아침이거나 심야에 한정돼 있다.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예술영화는 전용관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독립영화제, 단편영화제 등 소외당한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흥행 배우들과 스타 감독이 해당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나 홍보대사로 나서면서 대중성도 가미되고 있다. 극장도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이고, 결국 관객의 선택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한 해 2억명에 달하는 한국 극장가의 관객들이 다양성을 갖춘다면 스크린 독점 현상도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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