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존 크라이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전임자인 안슈 자인 CEO가 구축한 채권 트레이딩 사업을 축소시키는 가운데 증권 부문 강화에 기여해온 책임자들을 쇄신해 자산관리 사업 재편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은행의 투자은행 트레이딩 부문의 공동책임자인 콜린 팬(42)은 19일자로 퇴사한다. 또한 전 채권 부문 시니어 뱅커로, 현재는 자산 및 웰스 매니지먼트 책임자를 맡고 있는 미셸 페이솔라(47)는 업무 인계를 마치는대로 회사를 떠난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현재는 트랜잭션 뱅킹 및 자산 정리 부문을 총괄하는 슈테판 크라우제(52)는 이달 말 사임한다. 이들은 모두 안슈 자인 전 CEO의 측근들이다.
지난 7월에 취임한 크라이언 공동 CEO는 소송 비용 급증 및 규제 강화에 타격을 받은 실적 회복을 목표로 10년여 만에 가장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비용 절감을 위해 전 직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2만3000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전 경영진은 미흡한 개혁 성과 등으로 인해 전격 교체됐다. 크라이언 공동 CEO는 거액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 투자은행의 일부를 축소하기로 하고, 이달 안에 주주들에게 현 전략에 대해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금융서비스업체 케플러 슈브르의 더크 베이커 애널리스트는 “도이체방크의 전략의 방향성이 한층 분명해졌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채권 트레이딩 사업의 자본 집약적인 부서 대부분은 투입 자본에 걸맞는 이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3분기에 막대한 손실을 기록해 올해는 배당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3분기 순손실이 62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며 올해 무배당 가능성을 예고했다. 도이체방크는 자기자본 규제 강화에 따른 투자은행 부문의 자산 가치 저하와 포스트방크 매각 수익 예상치를 조정하면서 58억 유로를 상각하고 환 조작과 미국의 이란제재 위반 관련 등 소송비용 준비금을 12억 유로 늘렸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9일 3분기 실적 확정치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담은 ‘전략 2020’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