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20일 지주사 사장 자리에 김옥찬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깜짝’ 내정했다.
2년 여간 비워온 자리인 만큼 인사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흘러나온다. KB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김옥찬 사장 내정자의 역할에 대해 “KB손해보험 통합, 대우증권 인수 작업 등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전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을 앞두고 윤종규 회장에 쏠린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입했다는 얘기다. 최근 KB은행, KB투자증권 등 계열사에서 발생한 일련의 금융사고 때문에 뒤숭숭해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지주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옥찬 사장은 조직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옥찬 내정자는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오를 만큼 조직에서 신망이 두텁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종규 회장이 KB금융지주 재무책임자(CFO)로 재임하는 동안 김옥찬 사장은 국민은행 CFO로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김옥찬 사장이 은행 전문가라는 면에서 비은행 부문을 맡기기위해 영입했다는 KB지주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 사장은 재무관리 본부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전형적인 은행 출신이다. 비은행 부문의 재건을 위한다면 시장에 훨씬 더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KB지주가 금융당국에 ‘인사 상납’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구 금융감독원 전 수석부원장이 김옥찬 사장의 후임으로 SGI서울보증 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이 이번 인사 목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KB지주가 김옥찬 사장을 받으면서 금융당국의 인사 숨통을 틔워줬다는 것이다. 최 전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관리관(차관보)을 거쳐 2013년 4월 금감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KB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려면 금융당국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평가 등에서 탈락하면 대우증권을 인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옥찬 사장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연세대학교 후배다.
은행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B지주가) 금융당국 코드에 맞춘 전략 인사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추구하려는 것 같다"며 "대우증권 인수를 앞두고 현 정권 최고 실력자와 친분이 있는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