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는 어떠한 기준으로 조사를 하든 OECD 국가 가운데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거의 항상 최하위권을 맴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왜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까?
필자는 올해 아내와 함께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6월이 최적의 성수기라 그런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휴양도시로 유명한 산토리니섬 등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런데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 중 엄마들이 초등생 애들만 데리고 온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 보였다.
잘사는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은 그야말로 쉬고 즐기러 온 반면, 우리나라 젊은 엄마들은 관광이 아닌 교육 목적으로 여행을 와서 애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려 애를 쓰고 있었다. 참으로 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빠듯한 월급 쪼개 여행을 보낸 아빠는 아빠대로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며, 천진난만하게 놀고 싶어 하는 애들을 데리고 와서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엄마는 엄마대로 스트레스를, 비싼 해외여행의 대가로 돌아가서 엄마의 공부 등쌀에 부대껴야 하는 애들은 애들대로 모두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런 것들이 바로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최하위로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행복이란 추상적 개념이어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필자는 행복이 바로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OECD 국가 국민들과 비교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말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른 OECD 국가 사람들의 가계 소비를 비교해 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별히 과도해 보이는 쓰임새가 일단 두 가지 눈에 띈다. 지나친 가계부채가 그 첫 번째이고, 둘째는 사교육비 부담이다.
먼저 가계부채, 즉 부동산 문제를 짚어 보자. 우리네 아파트에는 오늘도 ‘축 재건축조합 결성’ 등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재건축이 되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행복해질까? 집이 한 채인 대다수의 국민들은 집값이 올라가도 기분은 좋을지언정 사실상의 혜택은 없다. 문제는 집이 없는 사람들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이들 하위계층으로부터 집이 두 채 이상인 소수의 상위계층으로 부를 강제로 재분배하는 효과에 다름 아니다.
왜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부동산에 목을 매는 것일까?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국민들은 계속 부동산 가격 상승을 원하고, 정부 정책 또한 이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반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멀어진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가구당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9.9%이다. 우리나라는 무려 74.3%에 달한다. 생각해 보라. 미국처럼 가계자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자산, 즉 주식에 투자된다면 주식가격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하위계층으로부터 상위계층으로 부를 이전시키는 효과는 훨씬 덜하다.
이에 반해 부동산은 부를 이전시키는 효과가 훨씬 강하다. 주식투자는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선택의 문제인 반면, 부동산은 살고 싶은 사람만 살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교육비까지 더해지니, ‘헬조선’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