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은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을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쟁점인 소비자물가(CPI, 신선 식품 제외 기준) 상승률에 대해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각각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0.7%→0.1%로, 내년은 1.9%→1.4%로 각각 낮췄다. 반면 2017년도는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을 배제, 기존에 전망한 1.8%를 유지했다.
일본은행은 “전망 리포트에서 나타낸 것은 실질 성장률과 근원 CPI이지만 물가 기조를 종합 판단하는 경우, 기타 다양한 지표를 보고 판단한다. 근원 CPI만으로 운운 할 수는 없다”며 다양한 해석을 경계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낮춰잡았다. 올해는 전년 대비 1.7%→1.2%로, 2016년도는 1.5%→1.4%로 각각 하향했다. 반면 물가상승률과 마찬가지로 2017년도는 0.2%→0.3%로 상향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됨에 따라 일본은행이 목표로 한 ‘물가상승률 2%’ 달성 시기도 연기됐다. 당초 일본은행은 2% 달성 시기를 2016년 초반쯤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조정으로 같은 해 후반으로 6개월 가량 늦춰졌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3년 4월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을 당시만 해도 물가상승률 2% 달성은 2년 안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의 장기화 영향 등으로 인해 목표 달성까지 약속한 기간의 2배가 걸리게 됐다.
이날 발표된 9월 근원 CPI는 일본은행이 양적·질적 완화를 도입한 이후 2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9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했다. 2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8월(-0.1%)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한편 일본은행은 전망 리포트 발표에 앞서 추가 금융완화를 보류했다. 물가 목표 달성 시기는 지연되고 있지만 물가 기조에 대해선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확고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에 연간 약 80조 엔을 공급하는 금융시장 조절은 계속된다. 장기국채지수 연동형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J-REIT) 매입 정책도 유지된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6명(44.4 %)이 추가 완화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엔 추가 완화를 보류했지만 다음 금융완화가 양적·질적 금융완화 프로그램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은행이 2017년이나 2018년에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이른바 ‘테이퍼링’ 시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쓰비시UFJ 리서치앤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의 사전 조사에서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규모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국채 매입 규모를 1년 전과 같은 10조 엔 가량으로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