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인터넷신청으로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된 첫날 금융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페이인포 사이트의 접속 건수가 20만건에 육박했고, 계좌이체 해지 건수가 5만건이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금융결제원과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집계한 계좌 해지·변경 페이인포 사이트에 접속한 건수는 18만357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지한 건수는 5만6701건, 변경한 건수는 2만347건이다.
오전 한때 접속자 폭주로 사이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단계별로 길게는 1분가량 걸리기도 해 고객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그동안 각 은행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통장에 연결된 자동이체를 확인하고 해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계좌이동제로 손쉽게 이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반색했다.
직장인 정겨운(27)씨는 “취업을 하면서 대학교 때 등록금 출납이 주 용도였던 주거래 은행을 직장 초년생 혜택이 많은 은행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 인터넷으로 변경할 수 있게 돼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수년간 거래 실적이 쌓여도 금액 자체가 많지 않아서 주거래 은행이라는 혜택이 없어 다소 억울했는데 계좌를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져서 예금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계좌이동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은행들은 새로운 주거래통장 개발에 바빠졌다.
시중은행 한 소매상품 기획 담당자는 “계좌이동제로 이동하는 고객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참신하고 다양한 혜택을 추가한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계좌이동제가 점차 정착될수록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낮다는 지적이다.
출금하기 위해 시중은행 지점을 들른 현모(71)씨는 “계좌이동제를 간단하게만 알고 있다”며 “좀 더 공부해 보고 흩어져 있는 자동이체를 한 데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의 뜨거운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각 은행 지점은 차분한 분위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루 동안 계좌이동제 시행 전과 같은 2~3건의 문의가 왔다”며 “대체로 주거래 통장 혜택에 대한 설명 요청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신한·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의 마케팅과 소비자 지원부서 담당자 상당수는 계좌이동제 관련 실적을 챙기고 영업점 분위기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