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국정교과서에 기록될 '오늘의 역사'가 걱정입니다

입력 2015-11-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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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왼쪽)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출처=연합뉴스)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왼쪽)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출처=연합뉴스)

정말 하려나 봅니다. 국정교과서 말입니다. 정부가 어제는 확정고시를 하더니 오늘(4일)은 대표 집필진을 발표했습니다. 9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무리한다고 하네요. 20~40명 정도로 꾸린다고 합니다.

일사천리네요.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와 학부모ㆍ학생들의 반대 시위 속에서도 정부는 밀어붙이는 모양새입니다. 20일간의 행정예고, 확정고시, 집필진 구성까지... 그야말로 '국정교과서 속도전'입니다.

걱정입니다. 닷새 만에 꾸려진 집필진이 1년 4개월 만에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의심이 갑니다. “편의점 알바를 뽑는데도 일주일이 걸리고, 쌀이 밥상에 오르는데도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란 댓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핵심쟁점 뭐길래. 국정교과서가 그간 논쟁이 됐던 사건들을 어떻게 기술할지도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보수ㆍ진보학계에서 의견이 갈리는 사건들이 있죠. 핵심 쟁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4일 오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사학과 재학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하기 전 캠퍼스를 행진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사학과 재학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하기 전 캠퍼스를 행진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대한민국 건국일

대한민국 건국일은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다.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vs 대한민국 건국일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이다.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승만 박정희 재평가

이승만은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국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vs 4.19는 학생운동이 아니라 혁명이다. 5.16은 혁명이 아니라 군사정변이다.

한국전쟁 책임론

공동 책임론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남침(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을 확실하게 기술해야 한다. vs 남침은 맞지만 학생들에게 반공주의를 심어줘서는 안 된다.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산업화

전태일은 있지만 이병철, 정주영은 없다. 기업인과 과학자 업적도 포함해야 한다. vs 산업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유신체제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박근혜 정부에서 객관성과 균형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국정교과서가 ‘답’이라면 국민을 설득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새로운 교과서에 담길 오늘의 역사가 ‘불통(不通)’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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