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IMF는 국내 최고를 다투는 건설사 대우건설도 절망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대우건설이 짧은 시간 동안 고속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모체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절박한 상황이 다가 온 것. 많은 수의 건설사가 IMF란 태풍을 맞아 사업을 크게 축소시켰고, 이로 인해 주택업계는 전문 주택건설업체의 범람이라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오히려 사업 확장이라는 강수로 IMF와 그로 인한 워크아웃의 위기를 넘겼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손자병법의 말 그대로 숨돌릴 틈 없는 공격경영이 지난해 사상 첫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영광을 안겨 준 셈이다.
건설명가 대우건설을 다시금 일어서게 한 물량이 있다. 비록 인기지역은 아니지만 자칫했으면 모그룹에 이어 회사마저도 해체될 뻔한 위기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찬란한 부활을 알린 신호탄. 그것은 바로 강서구 화곡동 대우 푸르지오다.
◆대우 첫 브랜드 ‘그랜드월드’의 주역
아직 국내 산업이 IMF란 혹독한 겨울을 맞아 동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2000년. 강서구 화곡동이란 이른바 ‘비인기 지역’에 무려 2100여 세대의 대단지가 건립된다. 시범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한창 워크아웃 홍역을 겪던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화곡동이란 지역 벨류도 낮았던 탓에 대단지란 장점 외엔 내세울 것이 없었던 이 아파트에 대우건설은 ‘그랜드월드’란 브랜드를 사용했다. 당시 대우건설이 내건 아파트 브랜드는 드림월드. 하지만 무려 2100여 세대가 지어지는 만큼 대우건설은 ‘그랜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해 화곡동의 랜드마크 성향도 높였다.
그 때만 해도 존폐의 갈림길에 있었던 대우건설이었던 만큼 불안했던 것은 사실. 만약 분양 당시였던 2000년이라면 시공권 수주도 불가능했을 만큼 대우건설의 인지도는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무대에서 화곡 대우그랜드월드는 전평형 평균 14.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 대우건설을 다시 1등 건설회사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무려 2100세대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가 14.8대1이란 경쟁률을 보인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바로 이 순간이 대우건설이 화곡 대우그랜드월드를 안고 위기 탈출에 성공한 순간이다.
화곡 대우그랜드월드의 성공 이후 대우건설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곧바로 2002년 새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런칭하고 IMF 이후 주택업계의 ‘왕자’로 부상한 삼성래미안, GS자이와 무한 경쟁에 접어들게 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화곡푸르지오(2004년 아파트명 변경)는 대우건설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고, 나아가 주택 명가 복귀를 알린 신호탄인 셈”이라며 “어려운 시절 함께 한 물량이었던 만큼 강남 재건축 단지보다 오히려 더 애착이 간다”라고 말했다.
◆강서 주택시장 호황 이끈 주역
지난 2004년 그랜드월드에서 대우건설의 새브랜드 푸르지오로 개명한 화곡푸르지오는 대우건설뿐 아니라 강서구를 새로운 주택 시장으로 탄생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첫 재건축 사업을 통해 건립된 화곡푸르지오는 그때까지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던 화곡 저밀도 재건축의 가격을 크게 높였으며 등촌동을 비롯, 발산동과 가양동 등 강서구가 더 이상 서울 주택시장의 변방이 아니라는 선언을 내리게 된 계기가 됐다.
화곡푸르지오는 옹벽 대신 바위 등 자연 조형물을 도입해 단지 조경 개념을 새롭게 재편한 아파트로 꼽힌다. 15층으로 다수 층수는 낮지만 저밀 아파트를 지향한 이 단지는 지금도 강서구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군림하고 있는 상태. 현재 이 아파트의 가격은 평당 1700만원 선으로 평균 평당 1800만원이 넘고 있는 인근 내발산동 우장산현대홈타운에 이어 강서구 제2위 아파트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강서구 아파트가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1년간 상승률은 45%선으로 25%에 머문 우장산 현대홈타운을 능가한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우장산 현대홈타운의 경우 입지가 뛰어나지만 23~47평형까지 중소형평형으로 구성된 아파트라 34~71평형으로 화곡푸르지오가 고급성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라며 “향후 화곡동 일대 집값을 견인해 나갈 아파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