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4일부터 23일까지 터키와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다자 정상회의를 위한 강행군에 나선다.
박 대통령은 열흘간의 일정으로 해외 순방길에 올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연이어 참석한다.
특히 G20 회의를 시작으로 아세안+3 정상회의까지 일주일간 징검다리 형태로 이어지는 하반기 다자외교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리커창(李克强)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한반도 주변 주요국가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회의 기간 박 대통령은 미중 정상과 만남의 기회를 가질 경우 9∼10월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각각 확인한 한미동맹의 공고함과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의 성과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다자회의 기간에는 아베 총리와의 조우 또는 환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국 정상이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2일 첫 양자회담을 갖고,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다자회의에서 두 정상간 만남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다자회의를 계기로 후속회담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정상간 만남이 이뤄질 경우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기 타결 협의 가속화'를 확인하면서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지속할지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다자회의를 경제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우선 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저성장과 고실업, 성장잠재력 하락 등의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부문 구조개혁에 대한 성과를 강조할 전망이다.
이밖에 G20 정상회의 등 이번 다자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정식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협정 당사자국 정상 또는 관계 장관끼리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TPP 가입에 무게를 두고 협정문 등을 분석하는 상황에서, TPP 가입과 관련한 열띤 외교전도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G20 정상회의에서 조세 회피 행위를 하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구글세' 공조방안에 대해 각국 정상들과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자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 논의 여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최근 "항행과 상공(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국제회의에서 잇따라 내놓은 만큼 박 대통령도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앞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열려 있고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도록 한국이나 미국과 연대하고 싶다"고 언급하자 "동 지역(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다자회의 기간에 북한의 비핵화와 우리나라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고한 지지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