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012년 말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함께 결성한 3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청산된다. 해외기업 인수·합병(M&A) 목적으로 도입된 펀드지만 단 한 건의 투자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M&A 실탄 지원 목적으로 조성된 3000억원 규모의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이하 코파펀드)를 중도 해산하기로 했다.
운용사인 한화인베스트먼트와 주축(앵커) 투자자인 교직원공제회는 곧 펀드 사원총회를 열어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코파펀드가 투자 부진으로 중도해산하는 첫 사례다.
한화-교직원공제회 코파펀드는 2012년 교직원공제회가 1500억원을 대고 산업은행·한화생명 등이 1500억원을 출자해 만들어졌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투자기한 3년이 곧 만료되지만 투자 실적이 전혀 없어 더 운용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투자 성사 후 돈을 태우는 캐피털 콜(수시납) 방식이어서 자금 회수 등 별도 절차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기업의 M&A 등을 통한 해외 진출 지원과 연기금의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코파펀드를 설정해 왔다. 이에 코파펀드가 17개나 만들어졌지만 투자 약정기한 3~4년간 단 한건도 투자성과를 올리지 못한 ‘허수아비 펀드’가 부지기수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코파펀드에 약정된 기금은 4조9800억원 규모이지만 이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6262억원(12.6%)에 불과했다.
IB업계에서는 이번 해산을 시작으로 실적이 부진한 코파펀드의 해지가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