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에서 출자전환한 부실 기업이 500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대형 시중은행들도 수조원대의 잠재 부실 기업을 자회사나 출자전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이투데이가 금융감독원 공시와 은행 자료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직접 지분을 소유한 기타법인은 총 1032개다. 이 중 해외법인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등을 뺀 출자전환 기업 또는 단순투자 기업은 926곳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출 상환을 할 수 없는 기업에 출자전환한 곳은 538개나 됐다. 총 규모는 2조4193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226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우리은행 128개, 하나은행 108개, 신한은행 76개 등의 순서였다.
출자전환은 은행이 기업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 부채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출자전환의 형태가 장기화하면 기업의 회생 여부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의 경영 부실 등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발생한다.
특히 출자기업의 업황이 악화하면 손실은 그대로 은행 몫이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인 경우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출자전환 이후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 됐지만, 업황 악화에 따라 4조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은 상황이다.
반면 은행에서의 전문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SPP조선, STX중공업, 동문건설 등 주요 출자전환 기업에 13명의 자금관리단을 파견했다. KEB하나은행은 동부메탈 등에 5명의 자금관리단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1명이 출자전환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금관리단 운영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출자전환 기업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대해 “지금까지의 출자전환은 사실상 부채 탕감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대출금 상환이 힘들 경우 은행은 충당금 적립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지만, 출자전환은 이런 사전 충당금 적립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부실 기업의 충격이 고스란히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 상환을 할 수 없는 출자기업 중에는 조선, 해운, 철강 등 최근 업황이 악화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며 “개별 은행의 출자전환 기업 수를 제한하는 총량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