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이슈가 발생하면서 신용등급 조정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일제히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2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주요 사채권자인 증권사, 연기금 등 금융투자업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이르면 내달 초 사채권자집회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발행했던 회사채에서 지난 21일 EOD 사유가 발생하면서 조기 상환 의무에 놓인 데 따른 것이다.
EOD 사유는 재무비율 유지 계약 중 연결 기준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 조항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기준 EBITDA/이자비용이 0.9배를 기록해 3개년 누적분 평균치가 5배 이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이번 공고 사항은 기한의 이익 즉시 상실은 아니며, 사채권자 집회 결의에 따라 해당 사채에 대한 기한의 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사채권자들의 조기상환 청구 움직임이 확산하지 않는다면 조기상환 없이 만기 상환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사채권자 집회 소집과 결의 내용이 중요해졌다. 롯데케미칼로서는 집회에 출석한 사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만기연장에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신뢰 유지를 위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용평가 3사(NICE·한신평·한기평)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에 대해 ‘AA, 부정적’을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진 상황이다. 신평 3사 모두 롯데케미칼에 대해 2022년 11월 ‘부정적’ 신용전망을 부여한 뒤 지난해 6월 기존 ‘AA+’에서 ‘AA’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했다.
지난 6월부터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평사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신용전망을 평가한다는 것은 대개 6개월 이내 등급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1년이 넘도록 동일한 신용등급을 유지 중이다.
등급전망이 ‘안정적’으로 변경되지 않은 채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받아들고 있는 상황은 재무상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EOD가 발생한 것은 현재 신용등급의 원리급 지급 확실성 또한 저하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여기에 3분기부터는 상반기 대비 영업적자가 확대됐으며 회사채에 EOD 이슈가 발생하면서 신용등급 조정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일제히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3분기부터는 영업적자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6814억 원으로 직전 분기(-392억 원)와 1년 전(-3528억 원) 대비해서도 크게 뛰었다.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한 미국법인 재무적투자자(FI)의 약 6600억 원 투자 유치 성과도 더뎌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적으로는 롯데케미칼의 사채권자집회 일정 경과를 면밀히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요 석유화학 제품 수급, 각 사업부문의 이익창출력추이, 재무구조 개선 방안 이행 성과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와 이자비용 상승이 2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원인사유 발생으로 연결된 점은 재무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며 "유동성 대응부담이 높아지는 경우 신용도 하향압력이 현수준 대비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