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출자전환 500개 부실 기업들..제대로 관리 되고 있나

입력 2015-11-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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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기업구조조정 손실 책임 적어… 주채권은행 이외엔 특별한 관리 없어

은행이 538개의 기업에 출자전환하고도 적절한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고객사가 아니라 은행의 자회사 성격으로 바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방관한다는 질책도 끊이질 않는다. 출자전환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감시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은행 출자전환 감시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왜 이렇게 많이 늘었나 = 업계에서는 기업 워크아웃이나 회생기업 지원 절차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IMF)를 통해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을 청산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실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교훈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 지원을 이어나가는 게 좋다고만 볼 수 없다. 업계나 학계에서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었던 외환위기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금이 더 회복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땐 기업 체질 개선을 통해 재기하는 기업도 많았지만, 현재의 불황에서는 극적인 회복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장기 불황에 대비해 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공업과 해운업, 제조업 등은 회복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출자전환 기업을 늘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정부 주도 기업구조조정을 꼽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은행이 정한 부실기업 처리 방침에 시중은행들이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자전환한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지만,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출자 규모를 늘린 것”이라며 “정부 주도이기 때문에 손실 책임에 대해서도 자유로워 은행들이 적극적인 관리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출자전환 골치 3인방 ‘건설·해운·중공업’ = 은행들은 주로 건설업과 중공업, 해운업 분야 기업에 출자전환했다.

KEB하나은행(구 외환은행 포함)은 금오상선, 남광건설, 쌍용건설, 팬택, 한일건설, 효동개발, STX조선해양, STX엔진, 금호산업, 현대시멘트, 21세기조선, 대우산업개발, 대건산업, 신원스틸 등에 모두 7026억원을 출자전환했다.

신한은행은 이미 대량 손실로 이어진 경남기업 외에도 동부제철, 21세기조선, STX중공업, 대건산업, 대동주택, 대우조선해양, 대한전선, 쌍용건설, 팬택, 한일건설, 현대시멘트 등에 출자전환했다. 총 4981억원 규모다.

국민은행은 금호산업, 대양금속, 대한전선, 경남기업, 대동주택, 진도종합건설, 신원스틸, 중도건설, 쌍용건설 등에 7771억1320만원이다.

우리은행은 대양금속, STX중공업, 경남기업, 금호산업, 대한전선, 21세기조선,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으로 총 4415억원이다.

은행에서는 이들의 가치 하락은 일시적인 장부가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경기 민감 업종의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평가액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1분기에 STX엔진이 8대1 감자 및 출자전환으로 인해 66억7900만원의 손실이 났다. 오성엘에스티는 28억5300만원 손실로 취득원가 대비 30%이상 하락했다. 2분기에도 대한전선에서 11억500만원이 취득원가 대비 추가 하락했고, 대우조선해양도 11억4900만원의 가치 하락이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은행들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수많은 비상장 기업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훨씬 커진다.

◇지속적인 관리 되고 있나 = 경기불황 업종 전반에 걸쳐있는 은행들의 출자전환에 대한 관리 소홀도 도마위에 올랐다. 출자전환한 규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A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따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상장기업의 경우 지분 매각이 용이한 반면, 많은 비상장 기업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출 상환을 못한 기업의 지분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538개 기업중 비상장 기업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출자전환을 부채탕감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B은행 여신관계자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사실상 손실액”이라며 “기업의 실적이 나아져 지분 가치가 몇 배 이상 뛰는 것을 기대하는 곳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행권에 내에서도 출자전환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의 관리뿐 아니라 개별은행에서도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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