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률 따라 은행권 재원 부담
일각선 상생금융 정례화 우려도
상생금융 비용 늘면 배당 여력 줄어
23일 은행연합회는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 △상생 보증·대출 상품 출시 △컨설팅 프로그램 도입을 담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회성을 넘어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지원책 중 일부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올해 초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이자 환급을 포함한 2조1000억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시행해 왔으나 소상공인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를 위해 3년간 약 2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지난해 선보인 이자환급(캐시백) 재원 약 2조 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프로그램 신청률에 따라 은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지원방안에서 산출된 금액은 각 프로그램 신청률을 20~30%로 설정한 금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례화’ 우려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6조92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1.8% 증가한 수치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맞춰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한 은행들은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기침체와 탄핵 정국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금융사들에 대한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0.43%포인트(p)에서 10월 1.04%p로 2배 이상 뛰었다.
다만,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상생금융 정례화에 대해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지원 방안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자발적 조치로 정례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은행의 비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정상적인 채무 상환을 지원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은행 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생금융 재원의 비용 처리로 순이익이 줄면 배당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밸류업(기업가치제고)와 배치된다”면서 “내년에는 은행들의 수익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매년 각기 다른 방식으로 2조 원대의 상생 금융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