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삶은 소박하고 그 마음은 정직하고 순박하다. ‘농부아사(農夫餓死) 침궐종자(枕厥種子)’라는 말에서도 농부의 우직함과 성실함을 읽을 수 있다.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농민에게 씨앗은 목숨과 바꿀 만큼 소중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종자주권’이 약해 농민들이 베고 죽고 싶어도 그럴 만한 씨앗이 부족하다.
‘농부아사 침궐종자’는 ①농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종자만은 꼭 보관한다 ②사람은 죽을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날을 생각한다는 풀이 외에 ③어리석고 인색한 사람은 죽고 나면 재물도 소용없다는 걸 모른다는 풀이가 있다.
이 말의 출전인 다산 정약용의 ‘이담속찬(耳談續纂)’도 ③의 뜻[言愚吝者 不知身死而財且無用]으로 풀이했다. 다산은 중언(中諺), 즉 중국 속담에 이어 우리나라 속담 동언(東諺) 241가지를 한자 여덟 자로 옮기고 뜻풀이를 붙이는 형식을 취했다. 맨 먼저 나오는 것은 ‘三歲之習 至于八十’,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다. 이 말을 다산은 ‘言幼眇時事 終爲惡習 老而不改’(어렸을 때 일은 마침내 나쁜 습관이 되어 늙어서도 못 고친다)고 풀이했다. 이담속찬은 명나라의 왕동궤(王同軌)가 엮은 ‘이담(耳談)’에 우리 속담을 증보했다는 뜻이다.
속담 해석은 정반대일 수 있다. 가령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어리석은 행동을 빗댄 말이지만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농부아사…’ 역시 종자라도 일단 먹고 생명을 유지해 새로운 길을 찾는 게 낫다, 그러니 종자를 베고 죽는 농부는 어리석다고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窮人之事 飜亦破鼻(궁인지사 번역파비), 이건 무슨 말일까?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이런 거야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