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이달 들어서만 다국적 제약회사 2곳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 국내 제약업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한미약품을 비롯해 다른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R&D) 노력이 잇따라 결실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R&D 투자의 수확기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17일 제약 업계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약사 40곳이 진행 중인 신약 및 개량신약 등 R&D 파이프라인은 총 47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약 파이프라인이 25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량신약 188건·바이오시밀러 22건·바이오베터 9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발 중인 신약 중에서 상업화가 임박한 임상 3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이 무려 22개에 달한다.
기업 별로 보면 녹십자가 총 2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종근당(22개)·SK케미칼(17개)·유한양행(15개)·동아에스티(14개)·한미약품(14개) 등 순이었다.
또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임상시험 승인 건수의 경우 종근당이 총 26건으로, 한미약품과 한국얀센의 17건에 비해 10건 가까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인 한국노바티스(15건)·한국아스트라제네카(10건)·한국MSD(9건)가 뒤를 이었다. 다음은 각각 8건인 보령제약·CJ헬스케어·일동제약이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의 활발한 신약 개발 노력은 R&D 투자비용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상장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용을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09년 4112억원에서 2013년 8101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기술수출 건은 2009년 5건에서 2013년 29건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용이 늘면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이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기술수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총 26개에 불과하다. 이는 118년이라는 국내 제약업계 역사를 놓고 볼 때 매우 저조한 기록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서 국산 1호 신약이 탄생한 것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14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받았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11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받은 것으로 볼 때 점차 국산 신약 개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특히 올해 들어서만 5건의 국산 신약이 배출된 것을 보더라도,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결실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의 경우 R&D 소요기간(이하 평균)은 9.1년, 상업화 소요금액은 38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등 오리지널 성분을 기초로 한 후발약물과 비교할 때, 기간과 투자금액 모두 국산 신약이 훨씬 많이 드는 만큼 신약의 상업성 제고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국산신약의 생산 실적은 1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