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오토쇼가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습니다. 국제적인 저유가 시대와 함께 경기 회복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는데요. 이번 LA오토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양한 고급차를 선보였고, 저유가 시대를 맞아 마음껏 고성능을 누릴 수 있게끔 고성능차가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한 해 전 세계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는 약 350건에 달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 국제 자동차 전시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자동차공업협회 OICA가 인증하는 글로벌 5대 모터쇼는 대부분 자동차 선진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매년 12월말 개최해 1월까지 이어지는 △북미(디트로이트)모터쇼 △격년마다 10월에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역시 격년으로 10월에 개최하는 프랑스 파리오토살롱 △일본 도쿄모터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가 바로 '글로벌 5대 모터쇼'입니다.
여기에 중국이 규모를 앞세워 새로운 강자로 최근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오토 차이나’라는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규모만 클 뿐, 내실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들 모터쇼 대부분은 해당 국가의 안방 잔치입니다. 북미오토쇼는 미국 차들이 장악을 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독일 차의 텃새가 거세게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의 서울모터쇼 역시 전시장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일맥합니다.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세게 시작된 뉴노멀, 이른바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모터쇼 역시 비슷한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는 사정이 다릅니다. 독일 벤츠에서 한국의 쌍용차까지 모두 똑같은 크기의 전시 공간을 배정받습니다. 신차 발표회 시간에도 차별이 없습니다. 중립국답게 나라별, 브랜드별 차별이 없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런 가운데 LA오토쇼가 이달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LA다운타운 컨벤션센터에서 29일까지 개최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빠른 변화의 바람 속에서 LA오토쇼는 점차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터쇼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콘셉트카와 신차의 등장입니다. 얼마나 많은 콘셉트카와 신차가 최초로 공개되느냐에 따라 모터쇼의 위상이 달라집니다. 그런 면에서 LA오토쇼는 규모와 내실 면에서 정체돼 있고, 글로벌 메이커가 그리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어 뒤쳐지는 형국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매년 11월에 열리는 LA오토쇼보다 한 달 뒤에 열리는 글로벌 5대 모터쇼인 북미오토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LA오토쇼는 양산차 위주의 전시행사로, 북미오토쇼는 완성차 메이커의 기술력과 콘셉트카 총망라한 전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LA오토쇼는 눈길을 확 잡아끄는 콘셉트카는 없었지만 고급차와 고성능 양산차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습니다. 저유가 시대를 맞아 고성능 자동차가 속속 새 모델을 내놓았고, 미국 서부의 슈퍼리치를 겨냥한 고급차 브랜드 역시 새로운 양산차를 잇따라 서보였습니다.
현대차 역시 이번 LA오토쇼에 럭셔리 브랜드(제네시스) 론칭과 양산차 신형 아반떼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다음 달에 열리는 북미오토쇼에는 향후 에쿠스 후속이 될 '제네시스 Q90'을 비롯해 고성능 브랜드 N콘셉트, 럭셔리 쿠페 콘셉트 등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차 역시 지난 몇 년간 밤잠을 줄여가며 개발한 콘셉트카와 럭셔리 양산차는 북미오토쇼를 위해 아껴두고 있습니다. 양산차 전시행사에 불과한 LA오토쇼에 금쪽같은 콘셉트카를 먼저 공개해버릴 이유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