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통해 과거에 대한 응답이 이어지며 아날로그의 상징 LP(롱플레이·long play)문화도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신 기술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이제는‘구식’이 된 필름카메라를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도 늘었다.
23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복고 관련 상품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수동 카메라는 84%, 클래식기타는 45% 등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율이 증가했다. 지마켓에서도 LP를 재생할 수 있는 LP턴테이블, CD플레이어 등의 판매가 73%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중고 LP를 판매해 온 교보문고 핫트랙스 부산 센터점의 경우 이벤트성으로 시작한 행사였지만, 지금까지 월평균 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LP 형태로 음반이 재발매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재발매된 고(故) 김광석의 4집은 리마스터링을 거쳐 LP로 제작됐고 마니아들이 줄을 서며 구매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최근엔 ‘정신과 의사’ 작곡가 김창기와 의사이자 가수인 이범용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창고’ 음반이 절판된 지 18년여 만에 고음질 LP미니어처 CD로 먼저 재발매된 데 이어 한정판 180g LP(Vinyl)로도 발매됐다.
첨단을 달리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서도 ‘부르는 게 값’인 수동 카메라의 인기가 여전하다. 1980년대 인기 제품이던 코니카 c35 EF, 후지카 포켓 450 플래시, 코닥 디스크 4000, 야시카 35 mf 등이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 사진을 찍자마자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제품과 달리 사진을 인화할 때까지 어떻게 촬영이 됐을지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의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필름에 따라 컬러는 물론 흑백 사진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수동 필름 카메라가 구하기 힘든 만큼 필름 감성을 담은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기도 한다. 후지필름의 X시리즈는 아날로그 필름의 색감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수동 카메라의 손맛을 더한 제품이다.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를 통해 고급 슬라이드 필름 색감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필름카메라 디자인을 콘셉트로 한 카메라도 있다.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인 펜 시리즈와 OM-D 시리즈 등에 필름카메라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다. 최신 성능과 클래식한 디자인의 만남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를 통해 복고 열풍이 불기 전부터 필름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많았다”며 “고화질 카메라가 쏟아지는 요즘에도 느린 것에 대한 감성이 필름카메라를 찾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