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곰(Tardigradeㆍ사진)’이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흡수해 지구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갖게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각) AFP 보도 등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의 연구팀은 물곰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17.5%(약 6000개)에 달하는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로부터 가로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를 통해 발표했다.
대부분 동물의 경우 1% 미만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로부터 유래했으며, 가장 많은 외래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담륜충도 물곰의 절반도 안 되는 8%였다.
밥 골드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동물이 진화과정에서 외래유전자를 획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비중의 외래유전자를 흡수할 수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곰은 무작위로 외래유전자를 흡수하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흡수한 생존력이 강화된 물곰들이 살아남았다”며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고 교환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통해 외래유전자를 흡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물속을 헤엄치는 곰처럼 생겨 물곰이라고 불리는 타르디그라도는 몸길이가 최대 1.5㎜를 넘지 않지만, 초고온과 초저온·건조·진공상태에서도 죽지 않으며 강한 방사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영하 80도에서 10년간 냉동된 뒤에도 해동 후 20분 만에 다시 움직일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가진 최강의 극한동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