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장기화에 전략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유가 하락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산유량 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전략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선을 지키려고 생산량을 줄여 원유 시장을 떠받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산유량과 관련한 방침은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FT는 나이미 장관의 발언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떨어진 가운데 사우디 고위 관계자들이 다음 달 4일 열리는 OPEC 장관급 회의를 앞두고 최근 수주일 간 공개포럼이나 연설 등을 통해 신규 투자 위축에 따른 미래 석유 공급 부족을 강조하는 등 이전과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유가 하락세에 개의치 않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배럴당 60~80달러 사이에서 유가가 안정되기를 원한다고 FT는 덧붙였다. 이 수준의 유가가 원유 수요과 공급 성장에 있어서 최적의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우디 국왕의 아들이자 석유차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알 사우드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도하에서 연설을 통해 “어떤 유가 수준에서나 미래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한 투자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지속되는 저유가로 입은 타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낮은 유가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사우디의 산유량도 정책 방향 변경을 시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OPE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의 산유량은 지난 6월 하루 1060만 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보다 일일 생산량을 100만배럴 가까이 늘렸지만 지난 10월에는 1030만배럴로 줄였다.
삭소뱅크의 올 한센은 “사우디는 오는 4일 OPEC 회동에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우디가 이전처럼 시장에 구두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