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관련해 정부가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해 조성하기로 한 1조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놓고 준(準)조세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세제 혜택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재계를 중심으로 ‘자율이라는 이름의 비자율적 기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기부금에 세액공제 혜택(7%)을 주고 동반성장지수 가점을 주는 방법으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고 해명했다. 동반성장지수가 높아지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점검을 면제받을 수 있다.
1일 정규돈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1조원이란 총액은 있지만 기업별로 할당되는 것도 아니고, 수출 기업에 부과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업이 원하는 대로 사용처까지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모금액이 연간 1000억원 수준이고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어서 모금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법인 기부금은 4조9062억원, 2013년에는 4조6544억원이었다. 기업이 지금처럼 각자 농어촌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농어촌상생기금에 출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1억원을 상생협력기금으로 내면 비용 처리와 함께 1억원의 7%인 700만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이 2900만원으로 더 많아진다.
하지만 ‘기업의 자발적 기부’라는 정부의 입장과 ‘사실상 준조세’라고 반발하는 재계의 입장 사이에 간극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고 재정수지 적자가 국가채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간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정부 재정 투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전문가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다며, 향후 다른 FTA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를 풀어주고 독려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기업에 부담만 씌우려 한다”며 “상생기금 1조원을 내는 주체와 기준이 무엇이 될지 감조차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