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되는 바젤III에 대비해 은행들이 대거 코코본드를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섰다. 지나친 공급 부담으로 은행채의 금리 상승과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신한은행은 코코본드 3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7일에는 산업은행이 7000억원 규모를 발행한다. 제주은행은 8일 코코본드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경남은행도 1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발행에 예정된 코코본드는 2조원에 육박한다.
코코본드는 평상시 발행사가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부도위기 등 유사시엔 원리금을 깎아주거나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일반 채권보다 이자가 높지만 위험도 크다. 회계상 부채 대신 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자 은행이 주로 발행한다.
채권발행 비수기인 연말이지만 은행들이 연이어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이유는 내년 도입 예정인 바젤III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젤III의 BIS(자기자본비율)기준을 맞추려고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또 내년 있을 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으로 코코본드 이자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것도 피할 수 있다. 개정된 은행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코코본드 이자 지급 기준이 배당가능이익에서 당기순이익으로 변경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코코본드의 발행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기업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되며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급증은 은행채의 금리상승을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실제 은행채 AAA 3년물 금리는 11월 한달 동안 2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10bp 초반에 유지되던 국고대비 스프레드(금리차)는 최근 열흘 동안 6bp가량 올라 19bp까지 확대되며 은행채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바젤III 자본규제와 달라지는 코코본드 발행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응 수요가 늘며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코코본드 등 자본증권의 이자지급 여력에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개별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코본드나 후순위채의 높은 이자율이 국고채 투자 대안이 되면서 은행채의 금리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